황제의 권력을 상징하는 황금색을 띄는 '황차'는 본디 황제에게 진상되는 최고급의 녹차나 백차를 일컬었다. 지금 황차라고 불려지고 있는 차는 실수로 우연히 만들어져 하등품 취급을 받았으나, 떫은 맛이 적고 단맛이 풍부하며 상쾌한 맛을 인정받아 황제에게 헌상되어 진정한 '황차'로 군림한다.
녹차를 만들려다 이것의 시기를 놓쳤다!
녹차는 찻잎을 땄을 때의 푸릇푸릇한 초록색을 유지시키기 위해 산화효소를 없애는 살청(열처리) 과정을 거쳐 건조를 시킨다.
황차도 마찬가지로 채엽 후 살청과 유념(찻잎을 비벼 찻잎의 성분이 잘 우러나오도록 하는 과정)을 거쳐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단, 건조시키기 전에 '민황'이라는 발효과정을 갖는다.
살청(열처리)을 끝낸 찻잎은 뜨거운 열기와 함께 수분을 가지고 있다.
이 때 찻잎을 제때 건조시켜주지 않으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찻잎은 발효가 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되어 찻잎의 색이 누렇게 변한다. 황차는 이렇게 녹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건조시기를 놓쳐우연히 만들어지게 되었다.
귀하디 귀한 황차
녹차를 만들려다 잘못만들어진 황차는 초창기 송나라 시절 하등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쓰고 떫은 맛이 적고, 부드럽고 순한 맛을 가진 황차의 진가를 사람들이 알게되면서, 명, 청나라 시기에 이르러 황제에게 진상되는 차로 그 위치가 올라간다.
그런데, 황차의 위상에 비해 그 인기는 많지 않으며, 생산량도 적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황차는 홍차나 우롱차 등 다른 차에 비해서 맛과 향이 자극적이지 않아 끌어 당기는 매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생산 과정이 민황(발효)으로 인해 오래걸릴 뿐아니라 굉장히 까다롭다. 마지막으로 복잡한 생산 과정으로 인해 생산 단가가 높아 시장 가격이 높다.
그 결과 현재도 황차의 생산량은 극소량이며,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황차를 황차로 만들어주는 민황(발효)
황차의 제조과정은 채엽-살청-유념-민황-건조 단계를 거친다.
민황을 제외하면 녹차의 제조과정과 동일한데, 민황(발효)으로 인해 찻잎은 여러가지 화학 변화가 일어나며, 이 과정으로 인해 황차를 경미발효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황으로 인한 화학 변화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 번째로 엽록소 파괴가 일어난다. 엽록소는 찻잎을 녹색으로 보이게 하는데, 열과 습기에 쉽게 분해되면서, 찻잎에 숨어있던 황색 색소가 드러나게 된다. 두 번째로 폴리페놀 성분의 비효소성 산화가 일어나며 갈색을 띄는 색소를 만들어 낸다. 세 번째로 떫은 맛을 내는 폴리페놀 물질인 카테킨 함량이 줄어들어 떫은 맛이 줄어든다. 네번째로 카페인이 감소하여 쓴맛이 줄어든다.
황차의 분류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황차는 대부분 귀한 새싹 부위를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새싹 위주로 만들어진 황차는 '황아차'라고 불리며 생산량이 적어 중국에서도 구하기 힘들정도로 귀하다.
한편, 찻잎을 사용한 황차는 백차와 달리 엽차라 부르지 않고, 어린 잎을 사용한 황차는 '황소차', 여름철에 수확한 큰잎을 사용한 황차는 '황대차'라고 불린다.
대표적인 황차
#군산은침 군산은침은 중국 후난선 준산이라는 섬에서 자란 차나무의 새싹을 따서 만든 바늘 모양의 차로 표면에 흰솜털이 가득하고 토실토실한 모습을 하고 있다. 상쾌하고 단맛이 특징이며, 생산량이 적고 굉장히 고가라 중국에서도 쉽게 구하지 못한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찻잎이 똑바로 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군인은 칼이나 창이 빽빽이 세워진 모양이라 하고, 문인은 비온 후 죽순과 같다고 하며, 예술가는 꽃이 활짝 핀 금국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몽정황아
몽정황아는 중국 쓰촨성 멍산에서 생산되는 황차로 당나라 때 처음 등장하여 청나라 때 황제에게 헌상된 차이다. 채엽 시, 하자 있는 싹을 쓰지 않고 만들어 고품질을 유지한다. 꽃향기가 나며 개운하면서 단맛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곽산황아
곽산황아는 중국 안휘성 훠산현 해발고도 600m 이상인 곳에서 생산되는 황차로 황록색의 독특한 찻빛을 띄는 것이 특징이며 진한 밤향에 단맛을 가지고 있다.
#곽산황대차
길고 큰 줄기에 찻잎이 4~5개 달린 큰잎을 사용하여 만든 황차로 상쾌한 향과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